Greetings, 독자님!
에디터 영언으로서 "독자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요. 저도 내년부터는 다시 그리팅스의 독자로 돌아가려 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는 과정에서 고민이 참 많았는데요. 지난주 말씀 편지에서 에디터 릴리님이 소개해주었던 다니엘기도회 기억하시나요? 저도 2023 다니엘기도회 말씀을 들으며, 내려놓음에 관한 불안과 염려를 조금씩 덜어냈었던 것 같아요😌 특히, 4일차 양진철 목사님의 메시지를 들으며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양진철 목사님은 너무나 선한 인상과 목소리로 매끄럽게 말씀을 전해주시다가,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도중에 말을 이어가지 못하셨어요. 처음에는 '떨려서 그러시나, 울컥하셔서 그러시나?' 싶었지만, 식은땀을 닦아내고 숨을 가쁘게 내쉬는 모습을 보면서 공황 증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니엘기도회는 만여 교회에 실시간으로 온라인 송출이 되는 기도회라서, 표면적으로는 생방송 사고와 같은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목사님의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다거나 다급하게 정리해야 할 상황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다만 이런 기도가 흘러나왔어요🧎🏻💬 "하나님, 저분이 그간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지난한 시간을 살아내고, 과거를 마주할 때 모른 척하고 싶은 감정이 얼마나 많으셨을까요? 오늘 그 묻어두었던 마음과 마주하신 게 아닐까요?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 테니, 주님께서 보호해주시고 회복시켜주세요."
목사님에겐 잠깐 회복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여러 증상이 완전히 잠잠해지진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전하셨어요✝️ 끝까지. 스스로 많이 자책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명설교보다 마음에 와닿았어요. 목사님은 마지막에 로마서 5장 8절의 함의를 전하며 말씀을 맺었는데요. 메시지 성경을 인용한 그 구절은 다음과 같았어요.
🌈 로마서 5장 8절, 메시지 성경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께 아무 쓸모가 없을 때에 당신의 아들을 희생적 죽음에 내어주심으로 그렇게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내놓으셨습니다.
'아무 쓸모가 없을 때'라는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데,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네가 쓸모없어도 괜찮다. 네가 쓸모없기에 사랑한다."🫂
그 음성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내가 쓸모없기에 사랑하신다니, 말이 되나?' 제가 그동안 저의 쓸모에 얼마나 몰두해왔는지 느껴졌어요. 하나님에게, 가족에게, 동역자에게 최대한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받는 사랑이 그 쓸모와 연관되어 있다고 오해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얼마 전, '무빙'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한 번 더 ‘쓸모’에 관해 묵상하게 해준 대사가 있었어요. 드라마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환경을 잃고, 간단한 사무 업무 앞에서조차 쩔쩔매는 모습이 나와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가 "세상에서 아무 쓸모가 없어진 기분이야."라고 털어놓죠.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대답해요.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쓸모고." 존재와 관계를 이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게 존재 자체가 쓸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어요.
사람의 존재는 실용, 효율 뭐 이런 기계적인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야 해요🙅🏻 근데 우리 사회는 실용적 존재, 효율적 존재를 최고로 생각하죠. 저도 모르게 그 흐름에 물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무언가 해내지 않으면, 지구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만 같은 아주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이제는 하나님 안에서 자유해지려고요. 저의 여러 역할과 성취로 제 안을 채워나가던 방식을 멈추고,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만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기로 했어요🙌🏻 새해 목표에 담겨있을 만한 엄청난 포부는 없지만, 완벽한 포부는 하나님 담당이니까요. 그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그저 존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과거의 관성이 쓸모없음을 견뎌내지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할 수도 있지만, 사무엘상 12장 16절 말씀 붙잡고 하루하루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 사무엘상 12장 16절, 개역개정
너희는 이제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너희 목전에서 행하시는 이 큰 일을 보라
독자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하나님 음성에 귀 기울여 보세요👂🏻 "쓸모없어도 괜찮아. 쓸모없어도 사랑해."라고 따뜻하게 품어주실 겁니다. 존재만으로 존귀한 한 분 한 분을 응원하는 마음 전하며, 저의 마지막 말씀 편지를 마칩니다🌷 앞으론 독자로서 함께해요!
Farewell 🤝
쓸모 없더라도 사랑받는, 에디터 영언 드림. |